'오늘이 마지막이듯' 사랑하고 기도하고 후회없이 살자

표주박의 散文노트

저 봉사할 자격이 있나요?

샘터 표주박 2006. 2. 20. 19:48


                       
지난 1월 둘 째 월요일 부터 청량리 성바오로 병원에서 고운 주홍색 까운을 입고 봉사를 시작하였습니다. 이름하여 자원 봉사....^^ 예전에도 간간히 양노원이나 고아원을 찾은 약간의 경험은 있지만 이참엔 건강만 허락한다면 봉사자의 정년까지(70세) 지속적으로 참여 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첫 날, 담당 수녀님께서 '별관 응급실 안내'를 배정해 주셨고 팀장님의 자상한 배려로 2시간 정도의 실습을 하였습니다. 팀장님은 봉사 10년차로 별관 7층까지, 본관 10층까지, 층별로 배치된 각종 진찰과, 각종 검사실, 위치를 암기하여야 한다고 일러 주었습니다. 월요일은 환자가 많은 날입니다. 제가 하는 일은 119 응급차에 실려온 환자나 거동이 불편한 환자를 위해 문도 열어주고, 엘레베이터 버튼도 눌러주고, 처방전 자동 처리기에 등록번호를 입력하여 처방전도 내림받고 각종 검사실이나 주사실, 외래 진찰 병동...등등등... 환자나 환자 가족이 병원을 이용하는데 불편이 없도록 돕는 일입니다. 두시간의 수련이 있은 후, 둘 째 월요일 부터는 혼자서 안내를 합니다. 그간은 '안내 직원'에게 묻기도 하고 눈치껏(?) 별 실수 없었습니다. 오늘은 봉사 6번째 날. 아침 8시 50분, 병원에 도착하여 제법 여유롭게 봉사자 까운에 신분증을 올려놓고 사진도 한장찍고 정확히 9시에 배치된 장소에서 안내를 했습니다. 별 긴장감 없이...^^ 응급실 병동은 3층 소화기 내과를 비롯하여 순환기 내과. 신경과 한방과 외에도 여러 진료과가 있고 건강관리실, 각종 검사실, 특수 촬영실, 등등등.. 10시 부터 11시 사이는 환자들이 몰려 3층 자동 수납창구와 1층 수납창구에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려야 합니다. 30대쯤 되어보이는 젊은 여자분이 "한방에 처음왔는데요 어디로 갈까요?" "저쪽에서 접수하시고 5층으로 가면 됩니다" 그 여자분은 제 안내에 따라 7~8명이 늘어선 '접수/수납' 창구 맨뒤에서 기다렸고, 저는 다른 분들을 돕는 일에 몰두하고 있는데 그 분이 제게로 걸어와 불괘한 어조로 한마디를 합니다. "한방은 그냥 올라가랍니다!" 당연히 접수하고 올라간다 여겼는데, 에구구...이 일을 어쩝니까. 안내 직원에게 확인이라도 할 것을... "죄송합니다. 제가 봉사를 한지가 얼마되지 않아서 미숙합니다" 그 분에게 사과를 했습니다. 저의 진솔한 사과에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눈길도 주지 않기에 다시 한번 죄송하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마침 엘리베이터 문이 열려 그분은 그대로 5층으로 올라갔구요. 그분의 오늘 하루가 저로 인하여 구겨졌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입니다. 조금 후, 40대 후반쯤 되어보이는 남자분이 "여기는 복잡하니까 본관에서 수납해도 될까요?" 순간 머리속에서 '신중'이라는 단어가 퍼뜩 스칩니다...^^ "잠시만 기다리면 될겁니다" 수납을 마친 환자의 처방전을 뽑는 일에 열중하고 있는데 그 남자분이 환하게 웃으며 제 옆에 서서 제 일이 끝나 눈이 마주치기를 기다립니다. "혹시나 해서 본관 수납에 갔더니 신속하게 처리가 되네요. 본관에는 창구가 여럿이라서 기다림없이 신속하게 처리되네요. 모르시는 것 같아서 제가 알려드리려구요" "감사합니다. 봉사한지가 얼마되지 않아서요" 그러니까 정리를 하여보니 한방은 접수 없이 곧바로 한방과로 직행하면 되고, 초진 재진 접수는 본관에서, 수납도 본관 별관 다 가능하고... 별관 해당과는 별관에서도 접수, 단 응급실 수납은 별관 수납창구... 엘리베이터 옆에 걸려있는 병원 안내판도 암기하지 못한 채 누가 물으면 그쪽에 눈길을 두니... 자질? 능력? 없나보죠? ....에고... 내 기억력의 한계요...^^ 이 봄 지나.. 여름 쯤 되면.. 무의식 중에서도 머리에 입력된 안내판 자료를 척척 꺼내어... "몇 층, 어디로 가시면 됩니다!" 이정도로..능숙해 질 수 있으려나... 5년만 일찍 시작할 것을...하하하~
06/02/20 -표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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