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이듯' 사랑하고 기도하고 후회없이 살자

오늘이 마지막이듯

표주박에 담겨진 이야기

샘터 표주박 2006. 3. 14. 18:10




인터넷 공간 수목 우거진 숲속에 터를 잡고 '오늘이 마지막이듯' 옹달샘에 표주박을 올려놓고 오고 가는 길손과 담소를 나누길 몇몇해...^^ 오늘은 표주박과 관계되는 이야기 몇편을 묶어 봅니다....^^ ◈ 이야기 하나..

 

예로부터 표주박은 조롱박이나 둥근 박을 절반으로 쪼개어 만든 작은 바가지로 구하기 쉽고 사용하기 편하여 생활도구로 널리 사용했습니다. 흔히 물을 퍼서 마시는 작은 물바가지로, 또는 술독에 띄워 술을 퍼내기도 하였고 간장독에 띄워 간장을 떠내는 장조랑 바가지로 쓰였습니다. 뿐만아니라 표주박은 행운을 가져다 준다고 여겨 딸을 시집 보낼 때가 되면 울에 작은 박을 심는 풍속도가 생겼습니다. 전통혼례에서 치뤄지는 합근례는 술잔과 표주박에 술을 부어 마시는 의식입니다. 표주박은 본래 하나이던 것을 둘로 나눈 것이기에 이 둘이 다시 하나가 되어 부부의 화합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애박을 반으로 쪼개어 예쁜 쇠고리를 달아 신랑 신부가 대작을 한 뒤, 두 표주박을 합쳐 신방의 천장에 매달아 두사람의 애정을 보존하는 상징으로 쓰였습니다. 딸이 시집갈 때의 조백바가가지는 표주박 한쌍에 한쪽은 장수와 화목을 상징하는 목화를, 다른 한쪽에는 부를 상징하는 찹쌀을 가득 담아 가마에 넣어 보내는 풍습도 있었다고 전해 집니다. 이렇듯 쓰임이 다양했던 표주박이랍니다. ◈ 이야기 둘.. 단종이 노산군(魯山君)으로 강봉되어 청령포로 유배되자 관란 원호(元虜:생육신)가 뒤를 따라 영월에 와서 청령포로 흐르는 물줄기 상류에 초막(관란정)을 짓고 혹은 저서도 하며 새벽과 저녁에는 단종이 있는 곳을 바라보고 울며 임금을 그렸습니다. 또 남 모르게 음식과 의복을 바치고 풀잎에다 글씨를 지어 함지에 함께 넣어 강물에 흘려 보내면 함지박은 청령포앞 용수지는곳에서 빙글 빙글 돌며 더 흘러가지 않고 머물렀다고 하며 원호는 함지박이 어소에 닿을 무렵에 강 기슭에 나아가 단종이 있는 곳을 향해 배례하였다고 전해집니다. 원통한 임금을 위로 하기 위하여 때로는 글을 지어 표주박에 실어 띄우면 단종이 받아보고, 그 빈 표주박을 강물에 놓으면 그 표주박은 다시 강물을 거슬러 올라갔고, 그때 원호가 지었다는 다음 시조가 전해집니다. 간밤에 우던 여울 슬피 울어 지내었다. 이제야 생각하니 님이 울어 보내도다. 저물어 거슬러 흐르라저 나도 울어 보리라. 관란정은 강변 절벽위에 있고 그 뒤에는 넓은 터전이 있어 원호는 추운 날이나 더운날이나 아침 일찍이 여기에 나와 앉아 단종이 계신 청령포를 향하여 흐느껴 울며 해가 저물어서야 그치곤 하였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거르는 일이 없었다고 전합니다. ◈ 이야기 셋..

 

중세 최대의 철학자요 신학자였던 성 어거스틴이 황혼녁에 바닷가를 혼자 거닐고 있었습니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까 눈앞에서 천진난만하게 생긴 소년 하나가 표주박을 가지고 바닷물을 모래밭에 파인 웅덩이에다 퍼붓고 있었습니다. "너는 아까부터 그 표주박을 가지고 바닷물을 퍼서 그 쪽 웅덩이에 쏟곤 하는데 무엇 때문에 그러느냐?" 소년은 의젓하게 대답했습니다. "예, 저는 이 작은 표주박을 가지고 이쪽에 있는 바닷물을 몽땅 저쪽에 있는 웅덩이에 퍼서 옮겨 보려고 합니다. 한 번 작정한 일이니 평생이 걸리더라도 기어이 해내고야 말 작정입니다." 성 어거스틴은 기가 막혔습니다. 한없이 넓은 바다. 끝도 없이 꽉 차있는 바닷물을 저렇게 작은 표주박을 가지고 몽땅 모래밭의 웅덩이 속에다 옮겨 놓겠다니...... 그는 위엄있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얘야, 너의 뜻은 크고 높은 것이지만 그것은 절대 불가능한 일이야. 어떻게 이렇게 작은 표주박을 가지고 저렇게 많은 바닷물을 옮길 수 있겠니? 더구나 저렇게 작은 웅덩이에 말야. 그러니 이제 그일일랑 그만두고 집에 돌아가거라." 가만히 듣고 있던 소년은 의외의 말을 던지는 것이었습니다. "선생님 그러시다면 제가 한 말씀 여쭙겠습니다만 어째서 선생님께서는 그렇게 작은 머리를 가지고 이 한없는 우주의 진리를 몽땅 알아내 겠다고 애를 쓰고 계십니까? 바닷물은 많긴 하지만 그래도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나 진리는 무한하고 영원한데 선생님의 유한한 삶을 가지고 그것을 몽땅 알아낼 수 있겠습니까?"
06/03/14
-표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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