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이듯' 사랑하고 기도하고 후회없이 살자

표주박의 散文노트

봉사도 하시네요.

샘터 표주박 2006. 4. 20. 01:39
미사가 끝나고 야고보집에서 차를 마시며 꺼 두었던 핸폰 전원을 눌렀다. 곧바로 벨이 울리고 동서 목소리가 들린다. "형님, 검정색 단화를 샀는데요 내일 오후에 갖고 갈께요" 언젠가 친구네가 백화점에 납품한다는 싸롱구두 이야기를 하더니만 아마도 그곳에서 내 구두를 산 모양이다. 다음 날 오후에 동서가 상기된 표정으로 검정색 단화를 내놓는다. 주는 즐거움과 받는 즐거움이 얼굴을 마주보며 웃는다. 내 취향에 맞추느라 단정한 디자인을 골랐단다. 225라고 찍혀 있지만 230인 발에 맞는 걸 보니 아마도 싸이즈가 잘못 찍힌 듯 하다. 다음 날, 동서가 사온 새 구두를 신고 외출을 하였다. 걸음을 옮길 때 마다 뒷굽에서 요란한 소리가 나는 게 영 귀에 거슬리고 발도 편치를 않고 미끄럽다. 내게는 올 여름이면 여덟해를 함께하는 코코아색 통굽 샌달이 있다. '올 여름만 신고 버려야지'하기를 몇 번... 그 해 봄, 청계천 상가에서 우연히 눈길이 주어져 신어 보았다가 내발의 단점을 감추어 줄 뿐만 아니라 편하고 가죽 촉감이 좋아 청계천 가격으로는 좀 비싸다 싶었지만 내것을 만들었다. 일본으로 수출하던 보세품인데 물량이 많아서 일부를 시중에 풀었다는, 자재는 일본것이라는 상인의 구구한 설명이 아니더라도 신어서 편하다는 장점 하나만으로도 족했다. 하지만 곧바로 장마철이 되었고 빗물에 젖으니 접착 부위가 떨어져 버렸다. 디자인도 그만하면 괜찮고 촉감도 부드러워 구입을 했는데 비오는 날 몇 번 신었다고 쓸모없이 된게 너무나 아쉬워서 수선 아저씨에게 맡겼고 아저씨는 구두 전체를 꼼꼼하게 꿰매어 주었다. 그렇게 다시 태어난 구두가 햇수로 7년씩이나 혹은 짠물에, 혹은 냇물 자갈밭에, 혹은 바위에 혹사를 당하여도 꿰맨 자리가 벌어지는 일도 없고 뒷축이 일그러 지지도 않고 여적 여름이면 나의 맨발을 보호하는 의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이런 경험이 있는지라 동서가 사온 구두를 수선 아저씨에게 들고 갔다. 뒷굽에서 나는 요란한 소리가 거슬리니 부드럽고 질긴 재질로 뒷굽을 갈고 앞창도 한겹 덧붙이면 어떻겠느냐고 내 의견을 말씀드렸다. 뒷굽은 남자용을 오려서 본드로 붙이고 못질을 하고 앞창도 덧붙이기를 하니 가볍던 구두가 조금 무거워지긴 하였지만 한결 편해 졌다. 다음 날, 내친김에 뒷축이 일그러진 유명제화 단화를 또 들고 갔다. 아저씨가 여기저기 살피시더니 이번엔 구입한 제화점에서 창갈이 AS를 받으라고 권하며 좋은 구두는 살려 주어야 한다고 말씀 하신다. 그러나 예전에도 애착이 가는 구두를 유명제화에서 창갈이 AS를 받아 보았지만 만족치 못했던 경험이 있는 지라 일그러진 부분만을 갈아 내고 손질해 달라고 떼를 썼다. 길들여진 구두, 1년만 더 신으면 족하다 싶었기에. 아저씨의 능숙한 손놀림으로 15분여 만에 본래 모양으로 되돌려 졌다. 염려하신 대로 푹신한 느낌은 감해졌지만 틀어졌던 구두 모양새도 바로 잡혔고 그런대로 신을 만하다. 면목동 신한은행 주차장옆 한귀퉁이, 한 평 남짓한 협소한 알루미늄 구조물 안에서 13년째 이 일을 하셨단다. 동네 장사이므로 꼼꼼하게 손질하면 단골이 된다고 말씀하신다. 시내에 나가지 않아도 동네 가까운 곳에 솜씨 좋고 마음 씀이 넉넉한 수선방에 나도 단골이 되었다. 얼룩때가 가득한 벽면에 잿빛 먼지를 뒤집어 쓴 액자가 눈에 들어온다. 지역사회를 위해서 봉사도 많이 하신다는...^^ "사진 한 장 찍어도 되겠습니까? 아저씨 손 만 찍을게요 표창장도 찍어서 제 블러그에 소개하려구요"
06/04/20 -표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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