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이듯' 사랑하고 기도하고 후회없이 살자

표주박의 散文노트

병원 로비에서...

샘터 표주박 2006. 6. 27. 00:10


장맛비가 쉬엄쉬엄 내리는 월요일 아침이다. 여느 월요일과 마찬가지로 9시에 자원 봉사자 까운을 입고 사진과 이름이 올려진 자원봉사자 신분증을 목에 걸고 별관 응급실입구에 섰다. 진료를 마친 환자에게 처방전을 출력해 드리고 병원을 찾아오신 몸이 불편한 환자분들의 불편을 덜어 드리기 위해 촉각을 세우고 있을 즈음 119 구급차에 실려온 응급 환자 들것도 세번이나 응급실로 들어갔다. 여기 저기 살펴보는데 별관 현관 입구의 경사를 등굽은 할머니가 지팡이에 의지하며 걸어 오시는게 시야에 들어왔다. 제법 무거워 보이는 쇼핑백도 들고 간신히 걸어 오시는게 몹시 힘들어 보인다. 급히 나가서 짐을 받아 들고 한손으로는 부축을 하며 진료실로 모셔 드려야 겠다 싶어 어디가 편찮으시냐고 여쭸다. "나 많이 아파서 저쪽(본관)에 갔더니 응급실에가서 누워 있으라고 해서 오는 거여. 응급실이 어디여. 8번창구 아가씨가 전화했어. 돈은 안난대. 아이구 고마워." 연로하신 할머님 치고는 또박또박 말씀을 하신다. 응급실 간호사에게 할머니 말씀을 전했더니 연락을 받았다며 오후에 입원하실 분인데 가족이 올 때까지 응급실 침대에 누워계시기로 하였다고... 안쪽 창가 깊숙한 곳, 조금은 조용하지 싶은 곳 침대에 눕혀 드리고 들고오신 쇼핑빽도 머릿맡에 놓아 드리니 안도 하시는 기색이 역력했다. 보호자가 올 때까지 편히 쉬시라고 말씀드리고 응급실을 나섰다. 그러니까... 할머니에겐 응급실이 '휴식실'이 된셈이다 얼마전 교우 아들이 대형병원 응급실에서 입원 대기중이라기에 그곳 병문안 갔가가 복도에 즐비한 메트리스에 몸을 뉘인 중증 환자들의 기진하고 딱한 모습들이 떠오른다. 야전병원 같던 어수선한 대형병원 응급실의 실상과 비교됨은 어인 일인가.... 자리로 돌아와 이것 저것 거들고 있는데 처방전 출력기 옆 의자에 앉아 계시던 50대 후반쯤 되어보이는 남자분에 내게로 다가와 말을 건넨다. "머리가 아파서 신경외과에 다녀왔는데요 기분이 영 좋지 않습니다. 며칠전에 몇가지 검사를 하고 오늘 결과를 보러 왔는데 별 이상이 없다고 하면서 혈액검사에서 약간의 이상이 있으니 다른과로 가라는 군요. 의사에게 치료를 해 달라고 말했는데 전문의 한테로 가라고 이것만 써 줍니다. 진료권을 다시 끊고 또 검사하라는 말인데, 도대체가 병원이 왜 이러는지 모르겠습니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저기에 앉아 분을 삭히고 있었습니다. 봉사자님께라도 한말씀 해야 제 분이 풀릴 것 같아서 말씀드리는 겁니다. 검사가 결과대로 치료를 해 주면 되는데 다른과로 가라고만 하니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화가나서 그냥 집으로 가려구요." --네 신경외과에서 검진을 받으셨군요. 별 이상이 없으시다니 다행입니다. 혈액검사에서 이상징후가 발견되었다니 그분야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으시 라는 신경외과 선생님의 말씀은 환자분을 위해서 하신 말씀입니다. 이상이 발견되었으면 당연히 그쪽 전문의 진료를 받으셔야 합니다. "진찰권도 다시 끊어야 하고 또 검사를 받고.. 귀찮아서요" --혈액검사에서 약간 이상이 있다고 할 때 진료를 받으시는건 오히려 잘 된 일입니다. 병을 키우시면 선생님처럼 연로하신 분들은 예기치 못한 증상이 언제 나타날지 모르거든요. 신경외과에서 검사 자료는 넘겨 주실겁니다. 귀한 시간 내어 병원에 오셨으니 혈액 담당 전문의께서 처방해 주시는 치료약을 받아 가셔야죠. "그럴까요? 그럼... 봉사자님 말씀대로 다시 올라가 보겠습니다." 한참 후에 그 분이 밝은 미소를 띠며 내게 수납을 마친 영수증을 내민다 "봉사자님 말씀대로 검사자료를 받아서 처방을 해 주시네요. 코레스테롤이 좀 높답니다. 자상하게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네, 그렇게 하셨군요. 남자분들은 거의 다 환자님 같은 생각들을 하십니다. 그래서 보호자가 따라 다녀야 한다니까요. 저의 집도 그래요. 약 드시고 식이요법 병행하시면 곧 호전될겁니다. 식이 요법이 중요합니다. 출력된 처방전을 드리며 --빠른 괘유를 빕니다...^^ ...라고 인사를 드리니 그 환자분은 하얀이를 드러내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병원문을 나섰다. 06/06/27 -표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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