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이듯' 사랑하고 기도하고 후회없이 살자

표주박의 散文노트

잊고 싶은 일

샘터 표주박 2006. 7. 6. 01:00


독일 월드컵 응원 열기가 대단하던 어느 날, "응급환자보다 선배 담배 심부름이 먼저였다" 는 모 종합병원 전공의의 고백이 기사화 되어 우리 사회의 모순된 단면을 부각시겼다. 내게도 대학병원 진료를 받았던, 잊고 싶은 특별한 기억이있다 오래 전 부터, 어지러움증과 구토증세로 소화기과 진료를 받다가 그것이 계기가 되어 7년전 담석 절제 수술도 받았다. 수술 받고는 병세가 호전되었다 싶었는데 또다시 어지러움이 심해졌고 머리속이 온통 무너져 내려 몸을 가누기도 힘들지경이다. 인터넷 검색을 통한 자가진단으로... 메니에르씨병을 의심하기에 이르렀다. 오랜동안 소화기과 진료를 해 주시던 담당의사 선생님도 대학병원 진료를 권하신다. 내친김에 모대학 병원, 그분야 국내 최고 권위자이신 모박사님께 특진 신청을 하였고, 그 분의 명성이 말해 주듯 대기 환자가 많아 오랜기간 기다려야 했다. 그러던 중 증상이 더욱 심해져서 급기야 119 구급차에 실려 예약한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침대에 뉘인채 여기 저기 끌려다니며 몇몇 검사도 받았고 응급 처치도 받았다. "뇌에는 이상이 없습니다. 약 드시고 외래 진료 받으십시요." 이미 외래를 신청하였던 터라 큰 아들이 접수창구에가서 "환자가 응급실에 있는데 진료일을 앞당겨 달라" 간청을 하였더니 마침 예약 해지환자가 있어서 여러달 앞당겨 저명하신 박사님 진료를 받을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응급실에서 처방해 준 약을 복용하여 서서히 차도가 있는 듯 하더니만 또 다시 머리속이 곤두박질 쳐서 다시 두번째로 응급실 신세를 졌다. 이틀후 예약날이 되어 남편 부축을 받으며 오매불망 기다리던 명의 진료를 받게 되었다. 내 이름이 불리워 지고, 진료실 안으로 들어가니 커다란 기구 대여섯대가 지친 나를 내려다 본다. 댓명의 환자들이 그 위에 줄줄이 앉아 있다. 드디어 차례가 되어 나도 진찰대 위로 안내를 받았다. 진찰대마다 전공의 한명씩 배치되어 환자 상태를 미리 첵크한다. 내가 겪은 여러가지 증상과 응급실에서 두번 진료 받은 경위와 이러저러한 증상들을 설명하였다. 극심한 어지러움 때문에 눈을 뜰 수 없어서 감고 있는데.. 옆 진찰대 위에 올라간 중학생인 듯한 어린 여학생이 훌쩍거린다. 중후한 박사님이 그 여학생에게로 다가 섰고, 귀에 손을 대기도 전에 여학생이 자지러지게 소리를 지른다. 박사님은 여학생의 엄살에 화가 난 듯, 대번에 격한 톤으로 "이렇게 울면 치료 못해!" 보호자 엄마는 어쩔줄 모르고... 그래도 여학생은 계속 울고... 다혈질 의사 선생님은 진료대를 손으로 내리 치며 "이러면 진료 못해!!! 네 귀가 저렇게 썩어서 뇌까지 올라가는데!!! 내려와!!! 진료 못해!!!" 폭언을 서슴지 않는다. 머리를 들어 모니터를 보니 여학생의 검은 귓속이 어른 거린다. "선생님 진료를 받으려고 여러달 기다렸습니다. 아이를 진정 시킬테니 한번만 기회를 주세요" 애원하는 엄마와 두려움에 질려 우는 어린 여학생 모두 안타깝다. 진료 받는 동안 참지 못하고 우는 여학생으로 짜증도 나겠지만 그렇다고 무지막지한 카리스마를 남발하는 박사님도 그리 좋아 보이진 않는다. 나는 어지러운 머리를 움직여 뒤에 앉은 남편을 돌아 보았다. 나와 같은 심정의 얼굴 표정... 엄마가 이이를 진정시는 사이 그 무서운 박사님이 내게로 왔다. 내 증상을 기록한 전공의가 나의 상태를 박사님께 보고 한다. "어디가 아파서 왔습니까?" "네... 어지럽고 머리가 깊은 수렁으로 곤두박질치고 온몸이...." "그만...!!!" 여학생에게 고함을 지르던 고압적인 어투로 내 말을 자른다. 젊은 의사에게 뭐라고 지시를 한다. 그리고는 그만이다. 나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진찰대에서 내려와 전공의가 적어 준 대로 어디 어디 어디에 가서 무슨 무슨 무슨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를 보는 날이다. 진료실에 들어갔더니 젊은 의사가 기록을 살핀다. "이상이 없습니다. 신경성입니다." "저는 *박사님 진료 환자인데요." "압니다. 박사님 진단을 듣고 싶으시면 박사님께 들으세요. 그런데요 야단 맞으실 겁니다." 윽??? 야단??? 야단이라는 말에 진찰대를 내리치던 박사님 모습이 떠오르며 내게도 그와 유사한 행동을??? 겁이 덜컥난다. "박사님께 가셔도 제 진단과 같습니다" 하며 종이쪽지를 내밀며 그곳을 다녀오란다. 그곳에 가서 다시 수납을 하고 오랜 기다림후에 들어가보니 보청기를 접수하는 곳이다. 아니... 웬??? 보청기??? 눈이 휘둥그러진 내게 간호사인 듯한 분이 자세하게 설명을 해 준다. 청력 손상이 많기 때문에 지금부터 보청기를 착용해야 적응하기 쉽단다. 아니???... 보청기라니???... 전혀... 예상밖이었다. "얼마입니까?" "삼백만원대" "보호자와 의논하고 다시 오겠습니다" 06/07/06 -표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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