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이듯' 사랑하고 기도하고 후회없이 살자

표주박의 散文노트

돕자고 한 일인데..

샘터 표주박 2006. 7. 28. 13:13


"**성당 총구역장인데요. 올해도 보리쌀이 왔어요. 또 부탁드리려고 전화를 했습니다." "네. 작년에 구입했던 자매님이 보리쌀 왔냐고 묻던데 잘됐네요" 이렇게하여 올해도 이웃 성당 '성전건립'을 돕기 위해 보리쌀 주문을 받았고, 일요일에 박스로 포장된 보리쌀이 우리집으로 실려왔다. 내친김에 박스 2개를 헐어 4k짜리 소포장을 케리카에 싣고 여섯집을 돌았다. 장마전선이 잠시 남쪽으로 내려갔다고는 하지만 간간히 얼굴을 내미는 뜨거운 햇살은 땀샘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땀 범벅이된 아린 눈을 수건으로 비벼대는데 손폰이 울린다. 남편이다. "보리쌀 왔어? 당신 기침이 심한데 미련하게 배달하지 말어. 내가 내일 다 할테니까. 알겠지?" "네!" 그러겠노라고..^^ 대답은 하였지만 포개놓은 보리쌀 박스를 바라보니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 해가 지기를 기다렸다가 네집을 더 돌았다. 월요일은 병원 봉사하는 날, 봉사를 마치고 배달까지 하기에는 내 체력에 무리다 싶어 배달을 해야 할 자매님들에게 '화요일, 미사후 성당에서 보리쌀을 가져가세요'라고 전화도 하고, 손폰으로 문자도 보냈다. 약속된 화요일, 평일 미사가 끝날 즈음, 남편이 성당으로 실어다 주어 각자 기쁜 마음으로 들고 갔다. 작년에는 집까지 배달을 했는데 올해는 요령껏(?), 수월하게 일을 끝낸 셈이다...^^ 저녁을 지을 무렵 전화벨이 울린다. 레지오 단장 데레사다. "보리쌀 보셨어요?" "응... 어제 밥도 지어 먹었는데... 왜?" "보리쌀에 벌레가 있던데... 몰랐어요?" "뭐라구? 벌레가 있다구?" "큰 그릇에 쏟아 놓고 잘 살펴보세요. 벌레가 많아요. 좋은 일 하느라 고생하셨는데 교우들한테 괜한 말 들을까봐 걱정이 되네요" "그나저나 큰일이다. 난 세개나 샀어" 급하게 옥상으로 올라가 큰 대야에 보리쌀을 쏟고 확인작업에 들어갔다. 세상에나... 이일을 어쩐다... 벌레와 벌레집을 여러개 골라냈다. 이웃성당에 협조한 본당 교우들에게 뭐라고 설명해야 하나... 참으로 난감한 일이다. 또 벨이 울린다. 순간, 벌레땜시? 뭐라고 말하지? 가슴이 두근거린다. "데레사예요. 좋은 일 하셨는데.. 내가 더 걱정스러워서 쌀집에 알아 보니 보리는 약을 하지 않기때문에 벌레가 잘 생긴답니다. 벌레를 골라내고 용기에 담아서 냉장고에 두고 먹으면 괜찮다고 하네요. 교우들에게 잘 설명하면 될 것 같아요. 저보다 더 서울사람이라서... 걱정하실 것 같아서... 알려드리는 겁니다." "난 그런거 전혀 몰라. 데레사 고마워!" '저보다 더 서울사람이라서?'...ㅋㅋ 데레사는 명동에서, 나는 광화문에서 꿈많은 시절을 보냈는데...? 나이도 한살 차이므로 편하게 말을 놔도 되련만 토씨하나까지 챙기는 데레사... 어려서부터 반가의 훈육이 몸에 밴... 요조숙녀...ㅋㅋ 그나 저나 한두명도 아니고 일일이 전화로 구구한 변명을 늘어 놓는다? 그것도 쉬운일은 아니다. 이웃을 돕자고 한 일인데 이일을 어쩌나... 보리쌀을 쏟은 빈 봉투에 시선이 머문다. ※유통과정에서 변질된 제품은 구입처에서 즉시 교환하여 드립니다 ※직사광선을 피하여 서늘하고 건조한 곳에 보관하여 주십시요. 교환? 설사 교환을 한다 해도 다시 모두어야 하고... 아고 골치야... 다음날 아침, 이웃성당 총구역장과 통화가 되었다. "저도 어제서야 알았습니다. 건조가 덜 된 보리쌀을 포장했나봐요" "도와드리고자 한 일인데 벌레 때문에 난처하게 됐어요. 제가 걱정하니까 저의 레지오 단장이 알아보았나 봐요. 보리쌀은 약을 주지 않기때문에 벌레가 생긴다는 군요. 벌레를 골라내고 필히 냉장고에 보관하고 먹어야 한다네요. 이번 보리쌀을 구입하신 분 중에 조심스런 분이 계십니다. 구역장님께서 세분께 직접 전화를 걸어 주셨으면 해서요. 벌레에 대해 설명도 해 주시고 다른 자매에게도 전해 달라고 당부하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06/07/28
-표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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