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이듯' 사랑하고 기도하고 후회없이 살자

표주박의 散文노트

참 아름다운 들녘

샘터 표주박 2006. 10. 2. 00:15



하늘이 점점 높아지는 9월 마지막 날, 친구들과 어울렸다가 참으로 우연히 시흥 관곡지 연밭에 발길이 머물렀습니다 물왕리 저수지를 지나쳤다 싶었는데 감탄사가 저절로 터져 나오는 곳... 연꽃 모듬지가 모습을 들어냈기 때문입니다. 연밭으로 들어서는 초입에 심어진 관상용의 연꽃들은 철지난 방문객을 위하여 특유의 은은한 엷은 미소를 조금일랑은 남겨 둔 것 같았습니다 우리나라 최초 식용연 재배지라고 하네요. 그 귀하다는 백연근 2K, 일만원. 개인 재배여서 판매도 합니다.

 

연밭 주변에 누런 벼이삭이 고개를 숙인 황금벌판이 손짓을 합니다 바둑판으로 펼처진 농로를 따라 걸으니 나도 벼가 된듯한 착각에 빠져듭니다. 넘실대는 황금물결 사이로 벼메뚜기가 여기 저기서 펄쩍 펄쩍 하늘로 뛰어 오릅니다. 간혹 등에 업은 메뚜기 무게를 이기지 못하겠다는 듯, 메뚜기의 다정한 사랑놀음이 간지럽다는 듯, 이삭들은 무거운 몸을 파르르 떨어댑니다. 금새 누우런 낱알이 후둑둑 떨어질 것만 같습니다 풍요와 결실의 계절, 가을... 가을 秋의 의미를 메뚜기 모양에서 따 왔다는 말도 일리가 있는 듯, 계절도 영글어가고 농익은 사랑나눔도 바쁩니다...^^ 가족과 함께 메뚜기를 잡는 이들도 더러 눈에 띄였습니다. 가을날의 풍요로움을 만끽하다가 그만 생을 멈추는 불운을 보고도 마냥 즐거워 하는 순박한 계절이기도 합니다. 논둑에 늘어선 콩대는 콩을 주렁주렁 매달고 달디단 햇살에 누렇게 변해 얇아진 콩잎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고 들깨도 콩잎 따라 초록을 거두느라 엽록소와 이별 준비하나 봅니다. 경상도 친구는 콩잎 짱아찌 담그는 비법을 전수킵니다. 노랗게 물들어 부드러워진 콩잎만을 따서 삭히는 거라고...^^ 황금물결에 취해서 풍년가를 부르다 이번엔 아스팔트로 잘 꾸며진 자전거 도로가 일행을 기다립니다. 십리도 넘게 늘어서서 날씬한 몸매를 하늘에 기대고 하늘거리는 코스모스 행렬에 말을 잃었습니다. 천상으로 이어진 환상의 꽃길 같아서...^^ 백목련 뿌리에 가족건강을 의뢰하고 자목련 자태에 열여덟 홍안으로 변신하여 보고 벼이삭 처럼 고개를 숙이고 허수아비와 포즈도 잡고 메뚜기 등에 업혀 하늘을 나는 춤도 추다가 이번엔 허리가는 소녀가 되어 하늘향해 함박웃음을 지어봅니다.. 신이 축복하여 주신 가을 들녘은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06/10/02
-표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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