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이듯' 사랑하고 기도하고 후회없이 살자

표주박의 散文노트

뮤지컬 '달고나'

샘터 표주박 2006. 11. 6. 00:14



지난 토요일(11월 4일), 충무 아트홀 대형 무대에 올려진 가요 뮤지컬 '달고나'를 관람하였다. 공연시각 30분전에 입장을 해야 한다는 아들의 거듭된 당부에 서둘러 집을 나섰더니 흥인동 충무아트 홀에 당도한 시간이 공연 한시간 전이다. 덕분에 넓다란 아트홀 로비에서 차도 마시고 '충무 갤러리' 전시작품도 둘러보는 만추의 여유를 누렸다. '달고나'는 지난 2년간 대학로에서 호평을 받았던 뮤지컬로 낮 3시 무대는 더블 캐스팅으로 김선미, 정의욱이 출연하였다. 막이 오르자 어스름한 저녁 달동네 만화가게앞 빈터에 엿장수 수레가 등장하고, 만취한 엿장수는 달동네 까지도 들쑤시는 개발붐에 대한 못마땅한 넉두리를 '엿장수 마음대로' 질펀하게 풀어놓는다. 밤 하늘에 반짝이는 별처럼, 해변가의 모래알 처럼, 함께 했던 수많은 사람들…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오르는 많고 많은 기억들… 가난하였지만 정겨운, 결코 낯설지 않은 그 시절, 티비와 라디오를 통해 귀에 익었던 음악들이 '설탕이 녹아 달고나가 되 듯' 뽀오얀 먼지속에 묻혔던 기억들을 흔들어 나 자신도 설탕처럼 무대속으로 녹아들어 '달고나'가 된다 밤하늘의 별을 헤이며 초롱한 눈망울에 소망을 담던 주인공들--- 꿈이 뭔지도 모르고 그저 즐겁게 뛰놀던 어린시절, 로보트 태권 V, 은하철도 999, 짱가와 세리를 보려고 흑백 티비 여닫이 문에 매달려 채널 쟁탈전을 벌이고 고무줄놀이, 말뚝박기를 하던 개구쟁이들--- 갈래머리 여학생과 더벅머리 남학생은 어설픈 어른 흉내를 내어 영화관에 숨어들었다가 단속나온 선생님께 들켜버려 책가방 높이들고 벌도 섰고--- 미니스커드의 길이를 재야 한다며 자를 들고 달려드는 경찰관의 해프닝--- 동해안 해수욕장에서 무리를 지어 밤새 통키타를 퉁기던 젊은날의 추억--- 꿈과 현실의 괴리에서 아파하던 80년대 저항의 터널을 지나, 차츰 순수에 덧칠을 하며 세상의 탐욕과 적당히 결합하기까지 꿈의 변천사라고나 할까. 거역할 수 없는 변화의 물결속에서 손가락 걸고 약속한 미래에 대한 꿈은 망각되어지고... 앞만 보고 질주한 시간들.... 잃은 것은 무엇이며... 남은 것 또한 무엇인가...를... 생각케 한다. 슬로모션으로 처리된 주인공의 무언의 결혼식은 '손가락 걸고 약속한 사랑'의 엇갈림이다. '여자는 꿈을 먹고, 남자는 꿈을 팔고' 살아온 속절 없는 세월의 굴레 같아 가슴이 싸하다. 우리 삶에서 이루지 못한 엇갈림이 어찌 결혼뿐이겠는가... 십여명의 배우가 알콩달콩한 어린시절에서부터 수십 명의 캐릭터 까지를 소화해 내며 무대를 꽉 채운다. 웃고 우는 사이 2시간 20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 그럼에도 따뜻했던 지난날에서 체온이 느껴진다.. '달고나' 뮤지컬은 80년대 이후에 태어난 세대들에겐 10대는 10대대로... 부모의 어렸을 적 가난한 시절을, 20대는 20대대로... 전설이 되어버린 민주화 운동의 필연을, 30대는 30대 나름으로... 흑백TV 채널 앞에서의 다툼을 아스라한 기억에서 들추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때문인지 객석엔 자녀들의 손을 이끌고 관람하는 가족도 더러 보인다.
06/11/06
-표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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