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이듯' 사랑하고 기도하고 후회없이 살자

표주박의 散文노트

죄송합니다.

샘터 표주박 2007. 2. 20. 21:05





설날 아침에 - 김종길 매양 추위 속에 해는 가고 오는 거지만 새해는 그런대로 따스하게 맞을 일이다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가 숨쉬고 파릇한 미나리 싹이 봄날을 꿈꾸듯 새해는 참고 꿈도 좀 가지고 맞을 일이다 오늘 아침 따뜻한 한 잔 술과 한 그릇 국을 앞에 하였거든 그것만으로도 푸지고 고마운 것이라 생각하라 험난하고 각박하다지만 그러난 세상은 살 만한 곳, 한 살 나이를 더한 만큼 좀더 착하고 슬기로울 것을 생각하라 아무리 매운 추위 속에 한 해가 가고 또 올지라도 어린것들 잇몸에 돋아나는 고운 이빨을 보듯 새해는 그렇게 맞을 일이다
김종길 시인은 .....한 살 나이를 더한 만큼 좀더 착하고 슬기로울 것을 생각하라...하였건만... 난 슬기롭지도 착하지도 못한채 올해도 새날을 두번이나 맞았다. 아침 다섯시에 전주로 내려가는 남편에게 떡국으로 조반을 때우게 하고는 간신히 현관에서 배웅을 하고 자리에 다시 들었다. 구정 뒤끝인지라 '허리 어깨 무릎 팔' 게다가 머리까지 지끈지끈... 도대체 얼마나 비몽사몽을 배회하였을까.. 작은녀석이 일어난 기척에 화들짝 놀라 주방으로 가서 구정에 준비해 놓은 사골 국물에 떡 몇개를 넣고 끓기를 기다렸다가 수저와 가지런히 식탁에 올렸다. 밥을 지어야 할 시간에 내처 누워있었으니 아침밥이 있을 턱이 없다. 간신히 기운을 차리고 미사 참례를 하고 반가운 얼굴들과 새해 덕담을 나누고 집에 막 들어 왔는데 전화 벨이 울린다. "나야... 설 잘 지냈어?" "어? 형님, 어디세요? 퇴원하셨어요?" "응. 집에 왔어" "에구구... 그런줄도 모르고 안부도 여쭙지 못하고 이렇게 맹하게 살고 있네요. 죄송해요 형님. 지금 곧 찾아 뵈올께요" "아니야. 바쁜데 오지마. 이렇게 목소리만 들어도 좋아" 병원에 재입원 해 계신 한달동안 찾아 뵙지를 못했다. 처음 입원하시어 디스크 수술 받으신 20여일간은 시골 동생집에 내려왔다고 둘러 대시어 홀로 병상을 지키시다 퇴원하셨다. 그때 집으로 찾아 뵙고는 "오늘 봉성체 모시기 전에 필히 '고백성사' 보세요. 거짓말을 하셨으니깐..." 그렇게 큰 소리를 쳤건만 그로부터 일주일 후에 수술부위에 염증이 심해져서 재입원 하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가까운 몇몇 교우와 병원 방문날을 잡았으나 공교롭게도 내가 속한 단체 행사와 겹친 관계로 따라 나서지를 못했다. 그후론... 얼굴 손질로 인하여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냈고... 시술 흉터가 엷어지기만을 기다리며 차일 피일 미루다 구정을 맞았고 병상의 환자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어느덧 한달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혼기를 놓친 장남과 퇴직한 남편을 수발하던 안방마님이 두달이나 집을 비웠으니 그 살림이 오죽하랴. 더군다나 아직 휠체어에 의지하신다니 찾아 뵙기 전이라도 그댁 그림이 그려진다. 구정에 쓰고 남은 사골국물. 흰떡. 전유어. 수정과. 등등...을 챙겼다. 짐이 무거워 교우한명을 불러 같이 들고 가서 진한 떡국을 끊여 한상 차려드렸다. "말가리다 형님... 죄송합니다. 외롭지 않게 해 드릴께요" 형님 체중이 30k... 어서 근력을 회복하셔야 할텐데...
07/02/20
-표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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