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이듯' 사랑하고 기도하고 후회없이 살자

표주박의 詩作노트

누가 '詩' 라고 하랴마는 (5)

샘터 표주박 2002. 3. 13. 10:23



1. 가을비


속살 채우기 위해
지독한 火爐 껴안은
척박한 영토에

사랑을 입지 못해
애증을 벗지 못해
헤어지고 낡아진
헛헛한 눈물 뿌리네

오열 식힌 대지에서
오고 가는 길목에서

오염된 가을을 베어 던지려 하네
투명한 새로운 계절로 가려하네

사랑아, 사랑아,

태초 부터 존재이던 내 사랑아
어둔 발치에 세워둔 내 사랑아

잎새 떨군 자리에 흘린
여물지 못한 쭉정이는
어찌할거나...





2. 남루한 그리움


달빛 거둔 가을밤
스산한 바람 따라
죽은 풀잎 처럼
마른자리 뒤척일 때
남루한 그리움이 메인다

마른가슴 태운 질긴 내음
낙엽타는 냄새만 남아

연둣빛 잎맥으로
새벽이슬 적시더니
애절한 속앓이 훌치고
너울 따라 날아간
오욕의 계절아

낙조에 물든 오색 회한
돌아 든 산허리 감았구나

방랑과 표류로 출렁이다
조락한 허무의 빈 뜨락
사위어진 삶의 갈피에서

재가 되는 먼 춤사위
재가 되는 먼 그리움





3. 가을산


산이 불타고 있네
우리 불끄러 가세

깊고 맑고 푸른
정갈한 목소리로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들려주는
산! 산! 산!

화염에 탁탁 터지는
가을 소리 들어보세

사람을 사랑하는 일과
세상을 사랑하는 일에
얽매어 헤매인 나날을
때로는 자애로움으로
때로는 지엄함으로
꾸짖고 교훈을 주는
산! 산! 산!

불붙은 산에 가세
끄다가 끄다가
우리 함께 타 버리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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