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알겠네 꽃들이 왜 한결같이 하늘을 우러르고 있는지 풀 섶을 적시는 밤이슬은 누구의 눈물인지 검은 강물에 떠 있는 먹구름은 어디로 가는지 바다는 왜 온몸으로 밀려와 울며 부숴 지는지 그리움 하나 아직 흔들리기 때문 존재 하나 아직 버리지 못한 때문 사랑 하나 아직 건지지 못한 때문 바람아 불어라 내 영혼 쉬어가던 푸른 섬 소복한 젖가슴 깊은 자리 장마 비 그친 아침 산책로 간밤에 퍼 부운 성난 폭우에 사정없이 할퀴운 앙상한 가슴팍 이리 저리 나딩구는 돌무덤 바람아 불어라 한 웅큼 황토 흙 흩뿌려 앙상한 가슴팍 덮어주게 고운 풀씨 하나 실어와 초록 가슴 소복이게 여린 生의 뿌리를 위해 그림자. 1. 비 오는 날에는 빗물에 젖어들고, 눈 오는 날이면 눈발 따라 흩날리고 바람이는 날이면 휑하니 지나가는 당신은, 누구? 고절감 속에서만 물안개로 피어나는 삶이 서글픈 날에만 상처로 찾아오는 당신은, 누구? 2. 조각난 오늘이 허망해 내일이 보이지 않을 때 말씀 하나 따라와 발등에 꽂힌다 가로등도 비틀대는 골목 어둔자락 드리운 뒷모습 몽롱한 허상일지라도 우수수 쏟아지는 유순한 잔영이 포근하다 돌부리에 채이고 끝없이 추락할 때 숨어들고 싶을 때 의지와는 다르게 모퉁이에 세워놓은 님, 더욱 고통이게 해 더욱 작아지게 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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