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이듯' 사랑하고 기도하고 후회없이 살자

표주박의 詩作노트

누가 '詩' 라고 하랴 마는 (4)

샘터 표주박 2001. 10. 12. 11:47


 

 

 


 


이제야 알겠네

꽃들이 왜 한결같이 하늘을 우러르고 있는지
풀 섶을 적시는 밤이슬은 누구의 눈물인지
검은 강물에 떠 있는 먹구름은 어디로 가는지
바다는 왜 온몸으로 밀려와 울며 부숴 지는지

그리움 하나
아직
흔들리기 때문

존재 하나
아직
버리지 못한 때문

사랑 하나
아직
건지지 못한 때문




 
 

바람아 불어라

내 영혼 쉬어가던
푸른 섬
소복한 젖가슴
깊은 자리

장마 비 그친 아침 산책로
간밤에 퍼 부운 성난 폭우에
사정없이 할퀴운 앙상한 가슴팍
이리 저리 나딩구는 돌무덤

바람아 불어라

한 웅큼 황토 흙 흩뿌려
앙상한 가슴팍 덮어주게
고운 풀씨 하나 실어와
초록 가슴 소복이게
여린 生의 뿌리를 위해





그림자.

1.

비 오는 날에는 빗물에 젖어들고,
눈 오는 날이면 눈발 따라 흩날리고
바람이는 날이면 휑하니 지나가는
당신은,

누구?

고절감 속에서만 물안개로 피어나는
삶이 서글픈 날에만 상처로 찾아오는
당신은,

누구?



2.

조각난 오늘이 허망해
내일이 보이지 않을 때
말씀 하나
따라와 발등에 꽂힌다

가로등도 비틀대는 골목
어둔자락 드리운 뒷모습
몽롱한 허상일지라도
우수수 쏟아지는
유순한 잔영이 포근하다

돌부리에 채이고
끝없이 추락할 때
숨어들고 싶을 때

의지와는 다르게
모퉁이에 세워놓은
님,

더욱 고통이게 해
더욱 작아지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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