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랬다...그랬었다. 중학교 다닐 때 4월의 유혈 함성이 그러했고 그 이듬해 오월의 무장 탱크가 그러했고 또 다른 오월, 검은 베레모 무차별 학살이 그러했고 거슬러 여섯 살 때, 민족상잔이 그러했다. 훗날, 성직자들이 촛불을 밝혀 들고 거리를 누비고 잡초들이 머리에 띠를 맨 민주항쟁의 내력이 그러했다. 이 모두, 봄비를 막아 대지의 엽록소를 죽인 "4월은 잔인한 달" 이었다. 세대가 바뀌어 그 풀들이 무성히 자라나 만든 세상도 진정한 푸르름은 요원하기만 하다니... 진흙탕 속의 숱한 개싸움이 그러했고 이익집단의 밥그릇 다툼이 그러했고 생존의 터를, 청정 해역을 잃은, 가방 큰 세계화에 비굴하게 무릎을 꿇었다. 술주정뱅이 아들이 자라나 술수정뱅이가 되고 못된 시어머니를 미워하던 며느리가 닮아가듯, 나 또한 그러하지 않은가? "4월은 잔인한 달" 이라- "죽음의 대지는 인간의 탓" 이라- 언제까지 뇌일 수 만은 없지 않은가? 인간이 만든 죽음의 대지여- 이 땅에서 영원히 추방될 수는 없겠는가? 성 어거스틴은 "타락한 인간이 부패한 사회를 만들고 부패한 사회가 다시 타락한 인간을 재생산 한다는 原罪의 문화적 유전성" 을 지적했다. 이를테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말이다. 모든 문제는 내안에서 부터 비롯되는 것이다. 악순환의 고리는 나로 부터 끊어지지 않고서는 어떤 제도, 어떤 구조로 개혁한다 할지라도 그 무슨 소용이 있으랴... 공허한 헛짓에 불과한 것을... 묵은 내 의식의 족쇄를 풀고 고갈된 내 상념의 뜰에 늘 푸른 소나무를 심어야 한다. 내가 변해야 내 가정이 변하고 내가 속해있는 집단이 변한다. 또다시 이념이 어쩌고 정체성이 어쩌고 어지러운 혼돈의 계절풍이 밀려온다... . . . 봄볕이 따스한 날, 망우리 이름모를 묘지에 누워 흘러가는 구름에 4월의 노래를 전한다. 구름꽃 피는 언덕에서.... 이름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돌아온 4월은 생명의 등불을.... 빛나는 꿈의 계절아.... 박목월님의 싯귀도 흐르고 내 소망도 흐른다. "오늘이...."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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