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이듯' 사랑하고 기도하고 후회없이 살자

표주박의 詩作노트

누가 '詩'라고 하랴마는 (10)

샘터 표주박 2003. 2. 13. 12:14







 

 



함박눈이 내리면


함박눈이 내리면
그에게 전화를 걸어
포근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함박눈이 내리면
빗금 너머의 그를 불러내어
갖가지 추억이 서린
남산길, 혹은 덕수궁 돌담길을
걷고 싶다.

그가
여자면 어떻고 남자면 어떠랴.

그와 나의
중간 지점에서 만나
하얀 길을 걸으며
투명한 노래를 부르다가
따끈한 설렁탕 한 그릇
후루룩 들이키고 싶다.

함박눈이 내리면
혼자이기 보다는
눈 덮힌 어깨를 부딪히며
걷고 싶다.










눈 사람


하얀 눈발이 부슬부슬 흩날리다
밋밋한 창틀에 살포시 움추린다.

먼 산 청청한 소나무 숲,
어두운 뒷골목 비탈 길,
참새 떠난 빈 운동장에도
영원을 담은 순백의 옷을 나른다.

차다찬 육각형 얼음 알갱이에
어린아이 아우성 환호성 모아
단풍잎 물린 일자 눈섭 세워 놓고
곤한 삶의 무게까지 담아
꼿꼿한 계절을 지키라 한다.

때가 오면
보낼 것은 보내고
삭힐 것은 삭히어
한 줌 햇살로 제 몸 허물어
마른나무 적시리.





-표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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