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숲에 이는 바람처럼
소나무 숲을 걷노라면
멀리서 가까이서 님을 찾는
청아한 산새 울음소리.
풀벌레의 촉촉한 기지개에
유괴된 음절을 흥얼거린다
폐혈관으로 스며든 수액이
내 작은 빠렛뜨에 흐르고
나도 모르게 나무가 되고
솔숲에 이는 바람처럼
금빛 솔향으로,
벌판을 적시는
강물의 은빛 잔물결로
조용한 침묵으로
우리 그렇게 바라 보고 살자
평화로운 성으로 흐르자
하얀 새
휘적 휘적 걷다가
지친 발걸음 질질 끌다가
추억나무 한 그루
애증나무 한 그루
미련없이 베어내었네
바람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사라져 버릴
시간의 무덤이라
위무하였네
상흔마저 잠이든
내 안식의 정원은
어둠에 갇혔었네
풀 벌레 하나 살 수 없는
사막이 되어 버렸네
닫힌 덧문을 열고
내려앉은 어둠속에서
하얀 새 한마리 날개짓하네
이제
가벼워진 수묵화
한/점/걸/어/두/려/네
-표주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