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만추의 계절! 하늘은 더 높게 더 푸르고 하얀 솜털을 흩뿌린 듯 갖가지 문양 만들며 어깨동무한다. 한여름 먹구름 거센 비바람 지구촌을 달군 뜨거운 열기에도 씨앗을 품고 묵묵히 키워낸 들판은 갖가지 열매들이 고개를 숙이고 주인의 손길을 기다린다. 농부가 흘린 숭고한 땀방울들이 수고의 빛으로 반짝일 때 보석같은 알곡으로 태어난다. 산등성이 초목들도 오색 물감을 머리에 매달고 숨겨둔 존재감을 드러내고 어이- 어이- 어서 오게나 뜀박질 멈춘 노인을 향해 낙엽 편지 날리며 유혹을 한다. 어서 와 내품에 안겨보라! 이 황홀한 보람에 묻혀보라! 봄. 여름. 가을. 겨울. 우리 함께 사는 이 세상 이 얼마나 멋진가를 보라! '나 비록 뜀박질 못해 여기 이 자리에 혼자 서 있어도 다 보고 다 느끼고 함께 살아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