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룩시장 순례기 2 황학동 벼룩시장에 갈 때는 편한 차림이 최고다. 차림새에 신경을 쓸 필요가없다. 찌든 먼지더께도 상품이므로 깨끗한 손수건이나 챙긴 숄터백을 어깨에걸치면 그만이다. 가끔 눈이라도 부빌때 필요하니까. 이 얼마나 편한가. 보물찾기하듯 구석구석 살피다 행여 쓸만한 게 눈에 걸리면 .. 표주박의 散文노트 2003.12.15
문을 열고 "운명에는 우연이 없다. 사람은 어떤 운명을 만나기 전에 제 스스로 그 것을 만든다" 라고 '우드로우 윌슨'은 말했다. 봉성체가 있는 날, 우리 구역은 아니지만 요셉 할아버지 댁을 방문하였다. 옥색 한복을 곱게 입으시고 향수를 뿌리신 듯 향기가 풍긴다. 성체를 영하는 모습이 긴 수염만.. 표주박의 散文노트 2003.12.14
가을로 가는 기차 당신을 초대 합니다 나는 가을로 달리는 기차의 승무원입니다. 이 기차는 가을이 머문 발자국을 따라 달립니다 가을빛 물들어 가는 산 그림자가 가을 물감을 푼 수면에 거꾸로 누워있고 오색으로 채워진 강물에 걸린 다리 위를 기다란 몸체로 낮은 기적을 울리며 달립니다. 이 기차는 일.. 표주박의 散文노트 2003.12.14
벼룩시장 순례기 1 벼룩시장 순례기 1 정장을 자주 하는 편은 아니지만 굽이 낮은 구두를 착용하는 데도 계단을 오르내릴 때 무릎에 이상신호가 느껴진다. 휴일이면 남편과 동행하던 서울근교, 산행이랄 것 도 없는 서너 시간 코스를 바람이나 쐬러 나가는게 고작이었는데 그나마도 멈춘 지 세계절이나 뛰.. 표주박의 散文노트 2003.12.06
高雅한 香味 -꽃 중에서 무슨 꽃을 좋아하지요? 간혹, 이런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그때마다 외진 들녁에 피어난 '들국화'라고 서슴없이 말하곤 한다. 그러면, -그럴것 같았어요. 얼마전 많이 아팠을 때, 친구가 들국화를 한아름 안고 들어선다. -웬일로 들국화를 다 사왔지? -우리집에도 꽂았어. 친구.. 표주박의 散文노트 2003.11.23
나를 멈추게 하는 것 내 옷깃을 스치고 지나간 이는 몇 명이나 될까 내 마음을 흔들고 멀어져간 이는 지금쯤 무얼할까 사람과 사람을, 영혼과 영혼을 잇는 영매 역할이기를 소망하지만 내 영혼의 빈터는 늘 척박하기만 합니다. 지식을 쌓은 것만큼, 이치를 깨달은 것만큼, 상대를 이해 한 것만큼, 자연에서 느.. 표주박의 散文노트 2003.10.15
그녀만큼 행복한 이유 아름다운 얘기를 하자 / 노천명 아름다운 얘기를 좀 하자 별이 자꾸 우리를 보지 않느냐 닷돈짜리 왜떡을 사먹을 제도 살구꽃이 환한 마을에서 우리는 정답게 지냈다 성황당 고개를 넘으면서도 우리 서로 의지하면 든든했다 하필 옛날이 그리울 것이냐만 늬 안에도 내 속에도 시방은 귀.. 표주박의 散文노트 2003.09.03
고독!...그리고... .....참회록..... 지금은 후문이 되어버린 성당 북문 앞에서 주임신부님과 마주쳤다. 이미 눈동자가 풀려 초점은 흐려졌고 비틀거리는 중심을 추스르려고 애를 쓰신다. 만취하신 신부님을 면전에서 뵙는 다는 게 민망하고 당혹스러워 어찌할 바를 몰라 쩔쩔매고 있는데, "임마! 너 거기 가.. 표주박의 散文노트 2003.08.30
幻想 속의 純粹美人 回 想 신이 당신을 끌어당기네 가늘고 긴 목, 하늘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점점 가늘어지네 신은 이미 알아보았네. 아름다운 당신, 당신의 시선에 위로 받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음을... 신이 이미 입맞춤한 당신의 긴 목 지금은 이승의 어디에도 없는... -리처드 아베든- 지금은 고인이 되신 .. 표주박의 散文노트 2003.08.22
듣고 싶은 말 한마디 장마전선이 물러갔다는 일기예보 뒤끝이건만 막힌 하수구의 악취로 이 여름 삼복더위가 더욱 짜증스럽다. 생활고에 지친 에미가 세 고사리 손들을 밀어낸 뉴스에 이르러서는.. 베갯잇을 수없이 꼬깃거려야 했다. 우리는 왜 이렇게 살아야만 하는 걸까? 열린 마음으로 순리대로 살 수는 .. 표주박의 散文노트 2003.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