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박 나들이 무박 나들이.. 바닷바람이 등줄기를 타고 내려와 그 바람을 견디느라 등이 굽은 소나무가 외로운 곳. 무서리치는 어둠을 몰아내 줄 여명을 기다리 느라 눕지도 못하고 꾸부정히 서 있는 소나무 한그루. 오래전 어느 드라마에서 아름다운 이야기를 꾸며낸 철길을 그리며 찾아온 길손을 반.. 표주박의 散文노트 2002.03.15
누가 '詩' 라고 하랴마는 (5) 1. 가을비 속살 채우기 위해 지독한 火爐 껴안은 척박한 영토에 사랑을 입지 못해 애증을 벗지 못해 헤어지고 낡아진 헛헛한 눈물 뿌리네 오열 식힌 대지에서 오고 가는 길목에서 오염된 가을을 베어 던지려 하네 투명한 새로운 계절로 가려하네 사랑아, 사랑아, 태초 부터 존재이던 내 사.. 표주박의 詩作노트 2002.03.13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Ixelles의 전원시 (1876년, 브론즈, 파리 로댕 박물관 소장) 루소(J.J. Rousseau) 는 '모든 사람은 세상에 두 번 태어난다. 한번은 어머니로부터 태어나고, 또 한번은 인간으로 사회에 태어난다' 라고 말했다 사람의 첫 탄생은 이 세상에 존재하기 위해 어머니의 탯줄을 끊고 '던져진 존재로' 태어나고 두 번째는.. 표주박의 散文노트 2002.03.13
회갑 나들이 2년 전의 일이다 7월 초여름으로 접어들자 마자 바오로가 "이번 여름 피서는 회갑기념으로 아이들하고 함께 가족 여행이나 떠나자" "좋은 추억이 되겠네요 의미도 있구요. 아이들에게 시간을 내라고 말할께요" 지난 몇 년간 바오로와 나는 피서를 가지 않았다. 큰 녀석과 작은 녀석이 한달.. 표주박의 散文노트 2002.03.13
누가 '詩' 라고 하랴 마는 (3) ★ 7월의 캔버스 ★ 며칠 전 까지만 해도 목마르다 아우성 단비 금비 부르더니 초록비단 너울 드리웠다 산에서도 들에서도 이름 모를 풀잎 하나 풀벌레 한 마리까지 온통 두런두런 색조자랑 한창이다 저마다 발꿈치 들어 나래를 부풀리고 고인 턱 내리며 뜨거운 함성으로 열창 뽐낸다 먹.. 표주박의 詩作노트 2002.03.12
내 안의 거짓 자아 글을 쓰는 건 마음을 옮기는 것이기에 언제나 어렵습니다 지난 25, 26일 이틀간 피정을 했습니다. 여늬 피정과는 달리 양심성찰이 아닌 의식성찰이었습니다. 나를 이해하고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하기 위한 내 안의 참 자아를 찾는 그리하여 나를 만들어낸 거짓 자아를 벗는 일 집착하고 .. 표주박의 散文노트 2002.03.12
남편의 자리 아내의 자리 ★ 이야기 하나 ★ -나의 사랑은 깨끗합니다. 그러므로 나는 이혼합니다 그 여자는 이제 환갑이 지난 나이였습니다 머리는 히끗히끗 해졌고, 주름은 깊게 패여 있었습니다. 남편은 삼년 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자식들은 모두 결혼을 해서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여자는.. 표주박의 散文노트 2002.03.12
새하늘 새땅 따르릉 전화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응, 나야. 아우님 갑자기 볼 일이 있어서 내일 아침에 서울 올라가는데 11시 미사 후 성당에서 잠시 얼굴이라도 보자" -형님, 요즘 병원에는 나가고 계신가요? "나 어제부터 며칠 휴가 받았어. 아우님. 수술 받았다고? 어제 대모님께 안부전화 드렸더니 .. 표주박의 散文노트 2001.11.04
누가 '詩' 라고 하랴 마는 (4) 이제야 알겠네 꽃들이 왜 한결같이 하늘을 우러르고 있는지 풀 섶을 적시는 밤이슬은 누구의 눈물인지 검은 강물에 떠 있는 먹구름은 어디로 가는지 바다는 왜 온몸으로 밀려와 울며 부숴 지는지 그리움 하나 아직 흔들리기 때문 존재 하나 아직 버리지 못한 때문 사랑 하나 아직 건지지 .. 표주박의 詩作노트 2001.10.12
낙엽비를 맞고 싶다 높고 푸른 가을 하늘 맑은 햇살이 노란손 빨간손 흔들어 잎새를 깨운다. 흔히들 봄은 여자의 계절이고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고 하지만 어디 여자의 계절이 따로 있고 남자가 계절이 따로 있겠는가 가을이라는 계절은 어쩐지 우리들 마음을 허전케하여 어디로든 훌쩍 떠나라 유혹하는 .. 표주박의 散文노트 2001.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