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같은 사람.. 나무처럼 서서히 자라나는 정 낯 모르는 사람끼리 처음으로 만나서 무슨 정이 그렇게 샘물같이 솟아난다냐 사람의 정이란 나무 키우는 것 한가지라 그저 성심껏 물주고 보살피고 믿어 두면 어느새 잎사귀도 나고 꽃도 피고 언제 그렇게 됐는가 싶게 열매도 여는 것이다. - 최명희의 <혼.. 오늘이 마지막이듯 2004.11.22
더 고운 빛깔로.. 스산한 바람이 골목길 돌아 돌아 은행나무 슬어내리면 노오란 눈꽃 송이. 눈꽃 송이. 골패인 어제의 갈피에 우수수 쏟아지고. 쏟아지고. 한줄기 바람에도 낙엽은 옹기종기 모이고. 모이고. 가을비는 행인의 우산위에 노오란 낙수(落穗)는 내 머리 위에 살포시 떨어지고. 떨어지고, 처연한 .. 표주박의 詩作노트 2004.11.11
내 나이를 사랑한다.. 내 나이를 사랑한다 지금 어렵다고 해서 오늘 알지 못한다고 해서 주눅들 필요는 없다는 것 그리고 기다림 뒤에 알게 되는 일상의 풍요가 진정한 기쁨을 가져 다 준다는 것을 깨닫곤 한다 다른 사람의 속도에 신경 쓰지 말자 중요한 건 내가 지금 확실한 목표를 가지고 내가 가진 능력을 .. 오늘이 마지막이듯 2004.11.04
마음을 선물할 수 있다는 것은.. 마음을 선물할 수 있다는 것은... 3주 전에 세 여자가 가을 벤취에 앉아 한담이나 나누자고 약속을 하였다. 드디어 약속한 날, 토요일 정오. 약속 장소에 당도하여 핸폰을 누른다. "벌써 왔어? 난 조금 늦겠는데" -천천히 와. 아무개는 못 온대. 조금전에 통화했는데 감기때문에 목이 꽉 잠겼.. 표주박의 散文노트 2004.11.01
다시 보고 싶은 영화.. 어느 날, 오케스트라 연주회에서 청중 대부분은 연주시간에 전에 객석에 앉아 마음을 가다듬다가 조용히 음악을 감상하였다. 하지만 그 날 따라 웬일이었을까? 연주회장에 늦게 들어오는 사람, 뜨개질 하는 할머니, 옆 사람과 잡담하는 사람, 그리고 큰 소리로 기침하는 청중도 있었고, .. 표주박의 散文노트 2004.10.28
돕는 배필이란.. 큰아들.. 그게 아마 추석 전이었지? 모처럼 일찍 퇴근하여 어버지와 함께한 저녁 식탁에서 에미가 어느댁 규수이야기를 꺼냈는데 이상한(?) 분위기를 눈치챘던지 "중매 결혼은 하지 않을 겁니다" "......????" 마음에 둔 여자가 있다는 암시일까? 아니면 결혼에는 관심이 없다는 단호함일까? .. 아들에게 쓰는 편지 2004.10.11
그냥 걷기만 하세요.. - 그냥 걷기만 하세요. - 한 걸음, 한 걸음 삶을 내딛습니다. - 발걸음을 떼어 놓고 또 걷고 걷고... -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지만 - 짊어지고 온 발자국은 없습니다. - 그냥...가 버리면 그만인 것이 - 우리 삶이고 세월입니다. - 한 발자국 걷고 걸어온 그 발자국 - 짊어지고 가지 않듯 - 우리 .. 오늘이 마지막이듯 2004.10.07
을매나 갈등 했을 꼬.. 추석전 날, 차례 준비로 분주한데 전을 부치던 동서가 걱정스레 말문을 연다 "형님. 내일 놀라지 마시라고 미리 말씀드리는데요 H가 콧 수염을 길렀어요. 아들과 마주칠 시간이 없어서 아버지는 수염을 기른줄 모르고 있는데 내일이 걱정이네요. 집안에 유래가 없는 이상한 녀석이 생겨났.. 표주박의 散文노트 2004.10.04
빈 손의 의미 빈 손의 의미 내가 누구의 손을 잡기 위해서는 내 손이 빈손이어야 한다. 내 손에 너무 많은 것을 올려놓거나 너무 많은 것을 움켜쥐지 말아야 한다. 내 손에 다른 무엇이 가득 들어 있는 한 남의 손을 잡을 수는 없다. 소유의 손은 반드시 상처를 입으나 텅 빈 손은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 오늘이 마지막이듯 2004.09.23
내 삶의 빈터에서 내 삶의 빈터에서 나를 나 만큼 이해 해 주는 그대를 만나 참으로 행복합니다 너른 가슴으로 푸근한 미소로 내 부족함을 감싸 주시고, 때로는 신비로운 색깔로 설레임을 선물하는 그대. 희망의 무게와 소멸된 꿈의 무게 사이에서 경계를 잃어 허허 할 때 내 손을 살포시 잡아준 그대. 내 .. 표주박의 詩作노트 2004.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