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장마 이른 장마란다 아침 어둠이 채 가시기도 전에 굵은 장대비가 쏟아진다 커다란 우산으로 거센 비바람과 맞서며 장대비 속을 절벅 절벅 걷는다. 발끝부터 촉촉히 젖어오던 한기가 삽시간에 등짝까지 감아돈다. 절대자의 부르심을 받은 영안실에 갔다 처음보는 젊은 미남이 흰국화에 둘러.. 표주박의 詩作노트 2008.06.18
봄! 봄! 얼음장 밑을 졸졸 흘러 산과 들에 연둣빛 멍석 깔려고 안개를 헤치고 오는 봄아! 깊은 산, 잔설 머리에 이고 검정기름띠 갯펄 뛰어넘어 살랑바람에도 파르르 떠는 나뭇가지에 드리운 봄아! 이젠 추위와 슬픔에서 벗어나 땅 속 탯줄의 힘으로 밀어낸 버들강아지의 연주를 들어라 삼짇날 하.. 표주박의 詩作노트 2008.03.01
겨울나무를 보라 겨울나무를 보라 세파에 휘둘린 우리들의 가슴엔 돌처럼 굳어버린 상처 하나쯤은 품고 산다 분노의 화산을 토해내지 못한 응어리 새카맣게 타버린 숯덩이를 가슴에 묻고 산다 하늘을 향해 당당히 두팔벌린 나목을 보라 상처 없이 산을 지키는 소나무는 없다. 모진 비바람에 찢기우고 할.. 표주박의 詩作노트 2008.02.13
그대 있음에 첫 눈이 흩날리던 날, 문득 그대 생각에 잠겼나니 변함없이 다정한 그대 목소리는 둔탁해진 나의 청각을 애무하나니 그대 숨결이 빚어낸 순수의 언어는 희뿌연 유리창을 닦아내는 손길이 되어 세상사에 무디어진 내안의 벽을 허물어 순백의 初雪을 닮게 하나니 구부정한 허리를 잠시 펴.. 표주박의 詩作노트 2007.12.10
그렇게 갔습니다. 그렇게 1년 반을 버티다 세상인연의 끈을 차마 뿌리치고 하느님 품에 들었습니다 새살이 돋아날 것이라는 희망과 꿈 아니, 오로지 하느님의 기적만이 살길이라던 에미의 절절한 기도마저도 뒤로하고 애간장을 녹이는 에미의 울부짖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숨소리도 맥박도 남기지 않고 가족들의 슬픔.. 표주박의 詩作노트 2007.09.02
삶에 지친 그대여 삶에 지친 그대여 누군가가 그랬지 타락한 세상이라고 탄식으로 떠다니던 속된 단어들이 먹구름에 뒤엉켜 세상에 내리나니 이런 날, 차거운 빗줄기속을 무한정 달리고 싶나니 소리내어 실컷 울고 싶은 날도 있나니 누군가를 향해 울분을 토해내고 싶은 날도 있나니 순리를 거스른 허무.. 표주박의 詩作노트 2007.07.11
예쁘지 않은 꽃은 없다 들길을 걷다가 발밑을 내려다 보니 풀꽃의 해맑은 작은미소가 찌든 일상의 먼지를 날려버린다 몸을 낮춰 쪼그려 앉아 풀꽃 향기에 취하노라면 등짝 식혀준 곱다란 바람과 어느새 하머니가 된다 눈길 주는 이 하나 없어도 멋진 자태를 뽐내는 소나무 부러워한 적 없으이.. 모진 비바람에 .. 표주박의 詩作노트 2007.06.21
새봄의 주인이 되자 3월의 노래 하늘 아래 고운 빛 모두어 꽃등 달아주려 네가 왔구나 겨우내 움츠렸던 세상먼지 세상밖으로 쓸레질 하려고 동구밖 능선길 따라 왔구나 동면하던 텃밭이 잠을 깨면 연두 저고리 빨간 치마 입고 새 순으로 꽃핀 꽂자던 님아 샤갈마을 눈밭을 걸어 오너라 아지랭이 따라 춤추며 .. 표주박의 詩作노트 2007.03.02
어느날의 모자이크 겨울이 실종된 창가에서 마른가슴 하나가 서성인다 내 마음에 무단으로 들어와 내 허락 없이 나가 버린 너. 어느날엔가 가늘던 눈이 둥굴어지고 펑퍼짐하던 콧날이 산처럼 우뚝한 지금의 낮선 너가 아닌, 웃으면 눈동자가 실종되던 가느다란 실눈이 더 정겨웁고 나즈막한 콧방울이 더 편.. 표주박의 詩作노트 2007.01.29
새 날, 새 아침이게 하소서 칠흑처럼 아득한 어둠속에서 아린 기억뿐인 어제를 동이고 불끈 솟아오른 뜨거운 불덩이, 못다이룬 꿈조각 다시 모아 하얀 떡가루 소복한 길위에 은빛 반짝이는 새길 열리네. 깊은 골짜기는 고루어 주시고 미움도 가난도 다 벗어버리고 광활한 하늘을 향해 비상하는 은총의 나래를 입게 .. 표주박의 詩作노트 2006.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