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詩' 라고 하랴마는 (8) 1.도봉산에서 자운봉이 웃는다 만장봉이 웃는다 선인봉이 웃는다 야~ 호~~~ 돌돌돌 흐르는 물소리도 바위틈 비집고 선 소나무도 연둣빛 싣고온 바람도 파아란 하늘의 흰 구름도 할망도 할방도 웃는다 주름진 얼굴이지만, 사람이...사람이... 꽃보다...아름다워 2.진달래 아! 산이 일시에 불.. 표주박의 詩作노트 2003.04.08
바람일까 안개일까 바람일까 안개일까 그건 현란한 율동이었어 살기위해 입어야만 했던 거부할 수 없는 색동옷 그때 흔들던 깃털은 생존을 위한 살풀이였어 추위에 떨던 앙상한 계절에도 내면의 뜨거움을 갈무리하며 대지로부터 생명의 원소가 생성되기를 갈망하였던거야 벗은 잔등에 연두순을 업고 어떻.. 표주박의 詩作노트 2003.02.25
누가 '詩'라고 하랴마는 (10) 함박눈이 내리면 함박눈이 내리면 그에게 전화를 걸어 포근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함박눈이 내리면 빗금 너머의 그를 불러내어 갖가지 추억이 서린 남산길, 혹은 덕수궁 돌담길을 걷고 싶다. 그가 여자면 어떻고 남자면 어떠랴. 그와 나의 중간 지점에서 만나 하얀 길을 걸으며 투명한 .. 표주박의 詩作노트 2003.02.13
징검다리 불가에서는 옷깃만 스쳐도 전생부터 맺어진 인연이라고 가르치지만 바람처럼 스쳐간 수많은 얼굴들, 지금쯤 어디에서 무얼하고 있을까. 초록빛 강물로 정제된 마알간 童顔의 필름 석장.. 내 삶의 징검다리! 필름 하나... '동생하고 놀아라' 어머니 말씀이 문턱에 걸리면 오빠는 종이비행.. 표주박의 詩作노트 2003.02.01
누가 '詩' 라고 하랴마는 (7) 그렇게 달려야 해 하얀 기적소리 대신 뽀얀 흙먼지 일구며 한줄로 허리를 부여잡고 칙ㅡ칙 푹ㅡ푹 칙- 칙 푹푹... 기차놀이. 동강난 허리, 녹슨 레일위에 녹슨 철마, 가고 오지 않은 사람들 죽어서라도 만날수만 있다면.... 긴긴 기다림, 긴긴 탄식 어둔 허공에 限을 뿌렸다네. 구천을 맴돌.. 표주박의 詩作노트 2003.01.23
빈 방 있어요! 똑!똑!똑! "빈 방 있습니까?" 북적대는 사람들 틈에서 만삭의 마리아와 요셉은 애타게 문을 두둘이었네 "빈 방 없어요" 성령으로 잉태되신 귀한 분 맨발로 눈 밭을 헤매시었네 빈방이 없는 어둔 베들레헴 똑!똑!똑! "빈 방 있습니까?" "어서 오세요" 가축들이 반기었네 구유를 비워드렸네 말.. 표주박의 詩作노트 2002.12.28
荒蕪地 荒蕪地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망을 뒤섞고 봄비로 잠든 뿌리를 뒤흔든다. 겨울은 따뜻했었다 대지를 망각의 눈으로 덮어주고 가냘픈 목숨을 마른 구근으로 먹여 살려 주었다. 4월이면 어김없이 한두번은 되뇌어 보는 T.S. Eliot의 長詩 荒蕪地... 제1부 The Burial o.. 표주박의 詩作노트 2002.05.03
누가 '詩' 라고 하랴마는 (5) 1. 가을비 속살 채우기 위해 지독한 火爐 껴안은 척박한 영토에 사랑을 입지 못해 애증을 벗지 못해 헤어지고 낡아진 헛헛한 눈물 뿌리네 오열 식힌 대지에서 오고 가는 길목에서 오염된 가을을 베어 던지려 하네 투명한 새로운 계절로 가려하네 사랑아, 사랑아, 태초 부터 존재이던 내 사.. 표주박의 詩作노트 2002.03.13
누가 '詩' 라고 하랴 마는 (3) ★ 7월의 캔버스 ★ 며칠 전 까지만 해도 목마르다 아우성 단비 금비 부르더니 초록비단 너울 드리웠다 산에서도 들에서도 이름 모를 풀잎 하나 풀벌레 한 마리까지 온통 두런두런 색조자랑 한창이다 저마다 발꿈치 들어 나래를 부풀리고 고인 턱 내리며 뜨거운 함성으로 열창 뽐낸다 먹.. 표주박의 詩作노트 2002.03.12
누가 '詩' 라고 하랴 마는 (4) 이제야 알겠네 꽃들이 왜 한결같이 하늘을 우러르고 있는지 풀 섶을 적시는 밤이슬은 누구의 눈물인지 검은 강물에 떠 있는 먹구름은 어디로 가는지 바다는 왜 온몸으로 밀려와 울며 부숴 지는지 그리움 하나 아직 흔들리기 때문 존재 하나 아직 버리지 못한 때문 사랑 하나 아직 건지지 .. 표주박의 詩作노트 2001.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