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벽 유리벽이 스르르 열린다. 사람들이 우르르 쏟아진다. 그 속에서 나도 나오고 그 속으로 나도 들어간다. 반대편 상행선 이중 삼중의 우리벽 너머에 순이 엄마가 걸어간다. 손짓으로 신호를 보내도 이름을 불러도 소용이 없다. 이쪽과 저쪽을 단절하는 보이는 유리벽에 갇혔다. 나오고 들어.. 표주박의 詩作노트 2010.04.20
한줌 재로 갔습니다 참 못난 양반! 한줌 재로 갔습니다. 우리들의 인생사! 격동기 속에서 살아남느라 서럽고 서러웠던 아픔들 어찌 필설로 다 피력하리오 평생토록 누이동생에게 한을 남겨주고 이토록 허망하게 혼자만의 길을 떠난 참 못난 양반... 울 오빠. 그깐 간암쯤 이겨내지 못하고 두 눈을 스르르 감아.. 표주박의 詩作노트 2010.03.01
겨울비 폭설이 내리던 날, 그는 영혼의 기도를 바쳤네 하느님 대전에서 '내 영혼을 당신께 맡기겠노라' 무릎 꿇고 기도했다네 대전을 물러나 집에오는데 골목어귀 비탈진 길에서 쭈욱 미끄러진것이 그만 하느님 대전에 맡긴 영혼되었네 기도한 대로 이루어졌으니 기쁨이 가득해야 할터이건만 .. 표주박의 詩作노트 2010.01.20
대설 경보 대설 경보 백범때 해 첫 출근길 온세상이 하얗다 함박눈이 쉴새없이 퍼붓는다 하늘이 구멍뚫렸나부다. 어스름한 시야에 하얀 백호가 어슬렁 거린다 대설 경보란다.. 함박눈이 주는 황홀경은 잠시, 어둑한 잿빛하늘에서 쉴새없이 쏟아지는 눈송이가 왠지 무섭고 두렵다. 살아오면서 내가 .. 표주박의 詩作노트 2010.01.04
그림을 그려봐요 우리도 그림을 그려요. 바닷가 갯펄에서 조개잡던 손 숲이 깊은 계곡의 세찬 물소리 모두 모아봐요. 동그라미를 그리다 해와 달 네모 세모를 그리다 원두막 땅 따먹기 하다가 모자이크 빨♡주♤노♡초♤파♡남♤보 물감을 주루룩 부으니 고흐.. 세잔느.. 클림트.. 명화가 부럽지 않아요. 9월이 오는 소.. 표주박의 詩作노트 2009.08.29
구름속 산책 구름이 흐르듯 사람도 흐르더라 어제의 그가 오늘의 그도 아니고 어제의 내가 오늘의 내가 아니고 내일 또 어떤 모습으로 변모할지 하물며 나 자신 마저도 미궁이다. 왜 이래야 하는 걸까 왜 이렇게 살아야만 하는 걸까 그 경계에서 그리움이 안타까움이 그 안에서 나를 본다 내가 가는 .. 표주박의 詩作노트 2009.06.22
5월의 숲 5월의 숲에서 바람이 전하는 진리의 소리 그대, 들리는 가 어두운 밤이 지나야 아침이 오고 꽃잎도 다 져야만 열매를 맺는 법 섭리에 따라 오고 가고 맺고 거둔다. 구름도 길따라 쉬임없이 흐르고 공중의 새도 하늘 길 따라 날고 너른 벌판을 에둘러 온 물길도 길없는 길에 길을 내고 묵묵.. 표주박의 詩作노트 2009.05.30
수묵채색화 한점 돌부리에 채이고 가시덩굴에 찔리고 피멍의 고통마저도 내것이 아니었던 몹씨도 야윈 지난 날의 아픔들, 그땐 파아란 하늘에 걸어둔 소망 한소절이 지독한 오늘을 견디어내는 전부였다. 눈물로 지새우던 어느 날, 꿈속에서 광채를 발하는 여인이 웅크린 내게 다가와 꽃씨 하나 손바닥에 .. 표주박의 詩作노트 2009.01.24
가을은 가을 햇살 속을 걷다가 문득 바라 본 파아란 하늘이 뚜벅 뚜벅 걸어와 품에 안긴다. 빨간 그리움들이 모여있는 우체국에나 찾아가 볼 일이지 외로운 편지나 찾아 볼 일이지 노을이 내려앉은 나그네의 빈 가슴에 차곡히 눕는가 황홀하게 물들어가는 가을은 버리고 떠나가는 시린 불꽃 08/10.. 표주박의 詩作노트 2008.10.06
소박한 탁족 촛불의 열기가 하늘에 닿았는가 마른 장마에 뒤이은 이른 폭염이 세상을 다 태워 버릴 기세다. 잡다한 세상 소음 다 보듬고 유유히 바다로만 흘러드는 강물은 고즈넉하고 정제된 여유를 가르친다 나무다리를 건너 비탈길을 오른다. 재잘거리는 새 소리가 우리를 반긴다 계곡을 돌돌 흐르.. 표주박의 詩作노트 2008.07.15